경건한 독자여러분께 오늘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드리면서 이 글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제목글 '부자들은 경건함을 경멸한다' 는 구절은 우리가 보는 성경 어디에 나오는 구절인가요? 라는 질문이다.
정답은, 2023년 현재 우리가 보는 성경에는 없다. 그러나 16세기 성경에는 그 구절이 있었다. 그런데 왜? 시간이 흐르면서 그 구절이 사라져 버리게 되었는가? 오늘 이야기는 욥기서 12장 5절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수십번 읽어도 의미파악 조차 안됨
먼저, 문제의 구절 욥기서 12장 5절 전후문구를 소개한다. 욥의 세 친구 엘리파스, 빌닷, 소팔의 공박이 모두 끝나고 이어 욥이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하나님을 부르면 그분께서 내게 대답하시는데 이런 내가 자기 이웃에게 조롱을 당하는 자처럼 되었도다. 곧바른 의인이 비웃음을 받아 조롱을 당하는도다.(4절)
자기 발로 인해 미끄러질 자가, (편안히 거하는 자의 생각 속에서) 멸시받는 등불같이 되었도다(5절).(흠정역)
강도들의 장막들은 형통하고 하나님을 격노하게 하는 자들은 안전하니 하나님께서 그들의 손에 풍성히 가져다주시는도다(6절).
5절은 순수 한글문장이지만 수십번 반복해 읽어도 그 의미파악이 안된다. 해서 다른 한글 성경을 참고해보기로 했다. 5절만 언급하겠다. 두 부류의 사람이 뭔가 한 문장 속에서 묘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긍정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너희가 불행한 내 처지를 비웃고 있다. 너희는 넘어지려는 사람을 떠민다.(표준새번역)
평안한 자의 마음은 재앙을 멸시하나, 재앙이 실족하는 자를 기다리는구나(개역개정,개역한글)
평안한 자의 의견을 재앙이라고 멸시하고, 발이 비틀거리는 자들을 보고 굳건하다고 한다.(히브리 구약직역성경)
태평무사한 자의 눈에는 재난에 빠진 자가 천더기로 보이고, 미끄러지는 자는 밀쳐도 괜찮은 자로 보이는 법이지(공동번역)
아무런 고통도 괴로움도 없으니 자네들이 나를 그렇게 가지고 노는군, 마구 비틀거리고 있는 사람을 내려치는군(현대어성경)
그 발이 곧 미끄러질 자는 (편히 지내는 자가 자기 생각으로 멸시하는) 등불 같도다.(한글킹제임스)
어떤가? 이정도면 쉽게 풀이된 것 아닌가? 경건한 독자 여러분이시여, 5절 구절의 본 뜻을 잘 이해하셨는지? 그런데 아직 끝난게 아니다. 과연 욥이 이렇게 애매모호하다 못해 난해 불가한 말을 성경에 남겼을까? 저와 여러분이 모르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그 해답을 16세기 영어성경에서, 그것도 4가지 성경번역본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옛적 그 선한길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이사야46:9)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는 길에 서서 보며 옛적 길 곧 선한 길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리로 행하라. 너희 심령이 평강을 얻으리라(예레미야 6:16).
자, 이제 그 선한 옛적 길로 가보자. 16세기 성경속에서 욥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자.
Coverdale Bible 1535(커버데일성경) /
Godlynesse is a light despysed in ye hearts of the rich, & is set for them to stomble vpon.
부자들은 경건함을 경멸하며, 그것은 그들이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인공지능 AI번역에 따름)
Matthew's Bible 1537(매튜성경) /
Godlynesse is a light despysed in the hertes of the ryche, and is set for them to stomble vpon.(한글 번역은 위와 같음)
Great Bible 1539(그레이트성경) /
Godlynes is a light despysed in the hertes of the ryche, and is set for them to stomble vpon.(한글 번역은 위와 같음)
Bishops Bible 1568(비숍성경) /
Being as a light despised in the heartes of the riche, and as one redy to fall.(경건함Godliness이 빠졌고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는 표현에 사용된 영어 단어가 조금 바뀐다)
Geneva Bible 1599/1560(제네바성경) /
Hee that is readie to fall, is as a lampe despised in the opinion of the riche.(16세기 말부터 앞뒤 문장의 도치가 일어나며 문장의 핵심단어 였던 경건함(Godliness)이 사라져 버렸다. 때문에 번역이 자연스럽지 못하게된다.)
King James Bible 1611(킹제임스성경) /
He that is ready to slippe with his feet, is as a lamp despised in the thought of him that is at ease.(발이 미끄러질 것 같은 사람은 안심하는 자의 생각에서, 등잔과 같이 멸시를 받는다.)
Noah Webster's Bible 1833(노아웹스터성경) /
He that is ready to slip with his feet is as a lamp despised in the thought of him that is at ease.(본문은 영어 킹제임스를 따르고 있으며, 번역 또한 킹제임스와 동일하다.)
'경건함(Godliness)'이 성경에서 사라진 시점부터(비숍성경이후) 욥기 12장 5절은 '제각기 구절'이 되고 말았다. 오호통제라! 누가? 그 무엇에 걸려 넘어진다고 말했는가? 16세기 그 옛적 선한 말씀은 지금 이 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제 있는 것이 옛적에 있었고 장래에 있을 것도 옛적에 있었나니 하나님은 이미 지난 것을 다시 찾으시느니라(전도서3:15).
16세기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이 아무리 감추어도, 하나님께서는 심판대 앞에서 지나간 것들을 다 찾아내신다.
결론
19세기말 일본 선각자 우찌무라 간조는 이것을 미리 알고나 있은듯 아래와 같은 짥막한 글을 남겼다. 경건함이란 실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부자들이 경건함을 경멸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하나이시기 때문에 단순하시다. 때문에 뒤얽히거나 번잡하거나 복잡하지 않으시다. 청결한(경건한)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분이시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거짓이 없으며 올바르고 선한 분임에 틀림없으시다. 만약 하나님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분이 복잡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단순하여 한없이 투명하시기 때문이다. 흡사 영웅의 마음처럼, 청풍명월과 같이 티끌 한 점도 없기에 인간이 그분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손쉽게 많은 신들을 믿어 버린다. 그러나 유일하신 하나님은 쉽게 믿지 못한다. 순결함(경건함)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결과 그들은 불순한 신들을 많이 만들어 자신들의 불결함(불경건함)을 감추려고 한다.
부자들아, 너희가 그분의 인격을 받아들이겠느냐?(욥기14:8)
샬롬.
'잘 읽고 잘 짓세 우리 집 잘 짓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아들에 얽힌 이야기 (0) | 2023.07.21 |
---|---|
첫째 아들 혐오증 (0) | 2023.07.19 |
어린 양에 대한 숨은 이야기 (0) | 2023.07.17 |
성경 행간 읽기 (1) | 2023.07.11 |
하루살이에 눌려 죽을 사람 (0) | 2023.07.10 |